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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김미옥, 폐선의 봄
 
김미옥 기사입력  2018/01/27 [12:55]

  
폐선의 봄
           김미옥

둥글게 굽은 등뼈, 가만가만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
한 줄 옥빛 그리움 하늘가로 오르면
모래톱에 동그마니 팽개쳐 놓았던
체념의 순간순간들
한바탕 꿈처럼 어디론가 날아가고
텅! 텅! 텅! 시동을 울리고 싶은
간절한 열망
방치되었던 숱한 불면의 밤 다 잊고
손가락 끝에 침 발라
바람의 속도를 재며 힘차게 팔 뻗어
익숙한 뱃길 따라 하얗게 물살 가르며
달리고 싶다
돌아오라! 태양과 바람과 거친 파도
오, 그 강렬한 날들이여
지금 막 온 몸 피돌기를 시작한
심장, 그 어디쯤에 여직 곰삭이지 못한
생피, 펄펄 뛰고 있었나보다

 
이오장 시인의 시 해설/ 쉰다는 것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엄연한 경계가 있다. 한낮의 숲에서 올빼미를 만나 죽었다고 할 수 있고 가뭄에 말라버린 진흙밭에서 꼼짝 못하는 가물치가 죽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올빼미는 야행성이라 잠을 자는 것이고 가물치는 가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움직임을 멈춘 상태로 삶을 유지한다. 사람이 대하는 사물은 이처럼 선입감이 우선되어 주관적인 판단으로 상태를 파악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늙어 움직임이 둔하다 해도 얼마든지 힘을 과시할 수 있으며 남이 볼 때 힘없어 보이지만 생활하는데 지장 없이 왕성하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폐선도 마찬가지다.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으나 그렇게 보일 뿐이다. 어업 활동이 저조하여 잠시 쉬고 있을 수도 있고 사실 고장으로 영원히 쉬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미옥 시인이 말하는 것은 사람 이야기다. 읽다가 보면 불경의 한 자락을 읊어 내려가는 듯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사람의 수명은 정해져 있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고 정해진 수명도 다하지 못하여 사고로 죽는다. 인생무상이란 말은 이렇게 생겨났고 누구나 인생은 허무하다는 생각으로 산다. 하지만 그것은 삶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종착점의 결론이다.

김미옥 시인은 폐선이라고 생각되는 뻘밭에 드러누운 배를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인간의 절망과 희망을 읽었다. 움직이지 못해도 텅텅텅 시동을 걸고 먼 바다를 헤치고 나가려는 꿈이 둥글게 굽은 등뼈를 세우고 모래톱에 체념으로 엎드린 절망을 날려버린다. 추억으로 스쳐 지나간 태양과 바람과 파도를 다시 부르고 생피를 수혈하여 펄펄 뛰쳐나가는 강렬한 힘을 보이는 것이다. 한 편의 시로 인생의 허무함을 희망의 세계로 인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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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27 [12:55]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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