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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끌어들인 ‘자경전 십장생 굴뚝’ 2
 
정진해 문화재 전문위원 기사입력  2018/02/23 [11:27]

자연을 끌어들인 ‘자경전 십장생굴뚝’ 2
문화재 : 자경전 십장생굴뚝(보물 제810호)
소재지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 경복궁 (세종로)


▲ 자경전 십장생굴뚝     ©정진해

십장생 굴뚝은 띠를 두르듯 허리에 아름다운 자연을 축소하여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여 석양이 지는 그 사이를 수놓은 예술품이라 하겠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지나고 새벽을 맞아 태양이 떠오르면서 자경전의 조대비는 문을 열고 하얗게 피어나는 연기를 바라보며 십장생의 생명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며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문을 연다는 것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문을 닫는 시간이면 모든 만물도 하루를 끝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문을 열고 닫기까지 가득 채워진 시간은 언제나 굴뚝을 바라보며 수놓아 있는 사물들을 하나씩 이야기할 수 있는 여가를 갖지 않았나 한다.

▲ 자경전 십장생굴뚝     ©정진해

십장생 굴뚝의 수놓아 있는 한 폭의 그림은 아침부터 시작된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만물의 생동감이 모두 드러났다. 태양은 생명과 밝음을 상징한다. 태양은 자연의 영원무궁함을 드러내며 인간에게 광명과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그래서 태양을 성스러운 인간의 눈에 보이는 이미지이며, 태양을 능가하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하였다. 도교에서는 태양을 양의 원리이며 하늘의 위대한 힘이라 하고, 크리스토교에서는 빛과 사랑을 방사하는 우주의 지배자, 유지자, 대전사 마카엘의 집이라고 하였다.

▲ 태양 문양     ©정진해
 

십장생 굴뚝의 태양은 구름에 걸렸다. 수평선을 불쑥 올라오는 것보다 강한 빛을 순하게 만들어 모습을 드러내야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놀라지 않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구름이 태양빛에 희생한다. 옛사람들은 구름은 신선이나 신령들이 타고 다니고 만물을 자라게 하는 비의 근원이라 여겼었다.

▲ 구름문양     ©정진해

세속을 벗어나 상서로운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하여 용이나 학과 같은 상서로운 동물과 함께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래서 구름은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중의 하나로 불로장생을 뜻하였다. 구름 뒤에 숨어 올라오는 태양은 강렬함을 잠재우고 은은히 피어나는 한송 붉은 꽃처럼 떠오른다. 태양 앞의 크고 작은 구름은 머리와 꼬리로 구성되어 이 둘의 조합과 비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구름으로 나타냈다.

▲ 구름문양     ©정진해

구름은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바람의 도움으로 떠다니며 사라졌다가도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늘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아 보이면서 지구상에 나타내 보이고 싶은 것을 모두 만들어낸다. 호랑이를 만들고 집을 만들고 꽃을 만들고 양떼목장도 만든다. 사람의 형상도 만들고 바다의 고래도 만들어낸다. 다만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여 주었다가도 다음 형상을 위에 스스로 예술가가 되고 조각가가 된다. 구름은 그야말로 우주의 자연현상을 형상화 시킨 것이기 때문에 구름이 있는 곳은 그곳이 곧 하늘을 나타낸 것이다. 구름이 있다는 것은 곧 천상계를 뜻한다. 농경생활에서 하늘이 가장 숭고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비는 곳 생명과 연관을 지었기 때문에 구름은 관심의 대상이면서 애정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 구름문양     ©정진해
 
중국의  『회남자(淮南子)』「원도훈(原道訓)」에 농경신인 신농씨의 3 딸 중에 한 딸이 선인을 따라 선승하여 아침에 구름이 되었고, 저녁에 비를 뿌렸다고 한다. 단군신화에서도 환인의 아들 환웅이 신단수에 내려 올 때 비의 신, 바람의 신, 구름의 신을 거느리고 내려왔다고 한다.

▲ 구름문양     ©정진해
 
만물이 자라게 하는 비의 근원인 구름은 용이나 봉황과 같은 상서로운 동물과 함께 나타내는 예가 많다. 비석의 이수, 도자기, 민화, 의복, 건축의장 등에서 볼 수 있는 구름 속에서 회유하는 용들의 모습, 구름 사이로 날아가는 학의 날갯짓 등 늘 선조들의 생활에 함께 하였다. 십장생 굴뚝에 나타나 있는 구름도 마찬가지로 신령스러운 상징물과 함께 쓰여 상서로움을 더해두고 있다.

▲ 학문양     © 정진해
 
예나 지금이나 구름은 늘 밤낮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름을 보고 그날의 날씨를 점치곤 하였다. 옛사람들은 보는 구름의 모양에서, 현대인이 보는 구름의 모양이 서로 부르고 있는 이름을 달리하고 있다. 선조들은 구름을 보고 일 년 농사를 점치고, 국운을 점치곤 하였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늘에 구름이 끼면 비가 내릴 것인지 아니면 해가 날 것인지라는 두 가지의 관점에 묶여 있다.
 
구름이 가진 상징적 의미는 구름의 크기와 모양, 움직임 등에 따라 다르게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구름이 가진 공통적인 의미는 성스러움, 풍요, 천지창조의 원동력으로 보았다.

『삼국사기』 「북부여」 동명왕 신화에서 “해모수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데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종자(從者) 100여 인은 모두 백곡(白鵠)을 탔는데, 채색 구름이 그 위에 뜨고 음악 소리가 구름 가운데에 울렸다.”라고 하는 기록하였다. 이는 풍요와 함께 천상의 원리가 지상에 실현되는 성스러운 순간을 상징한다. 구름은 비바람과 더불어 자연의 순조로운 조화를 상징하고, 농경사회에서 풍요로움을 의미한다.

옛 선조들은 구름을 4종류로 구분하여 필요한 곳에 문양을 새겼다. 바람에 불려 날아가는 구름을 형상화 한 것을 비운문(飛雲文)이라 하였고, 흘러가는 구름을 형상화 한 것을 유운문(流雲文)이라 하였다.

점점으로 흩어진 구름을 점운문(點雲文)이라 하였고 일정한 규칙이 없는 구름의 모양을 형상화 한 것을 괴운문(怪雲文)이라 하였다. 비운(飛雲)은 산악과 수목 그리고 사신이라 불리는 사수의 위나 주위에 또는 천상계의 신선, 천인의 주위에 환상적으로 나타나는 구름이라 하였다. 십장생 굴뚝에는 비운, 유운, 점운이 떠돌이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떠 있는 구름은 꽃을 형상화 구름도, 작은 구름조각도 있는가 하면 꼬리와 머리가 있는 구름도 있다.

▲ 구름과 학문양     ©정진해
 
구름 아래는 들이 있고, 나무가 자라는 산이 있고 오리가 사랑을 나누는 연못도 있다. 구름 안에는 두 마리의 학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날고 있다. 십장생 문양 위쪽의 학은 불로초를 입에 물고 있지만 십장생의 학은 불로초를 물지 않고 날고 있다. 또한 날고 있는 아래에는 두 마리의 학이 들판에 서서 북쪽으로 날아가는 학을 바라보고 있다. 날개를 접고 있는 학은 자경전의 주인이라면 날고 있는 학은 떠있는 구름과 함께 날짐승의 우두머리로 장생물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학은 우리 전설 속에서 봉황 다음으로 이름 높은 새다. 학은 천년을 장수하는 백색의 물새로 정수리가 붉은 것이 특징이다.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장수성노인이 선학을 차고 하늘로부터 날아온다고 하여 길조로 여겨왔다. 구름과 학은 각각 장수를 의미하여 시방생의 하나로 건축의장을 비롯한 문방구류, 의류 등 많은 공예 의장에서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무늬로 쓰여 왔다. 학은 흑, 청, 황, 백의 네 종류 중에서 흑학이 가장 오래 산다고 여겨왔다. 이 학은 600살이 되면 물만 마시고 산다고 하였고, 옛사람들은 고고하게 평생을 살다가 학으로 변신하였다고 믿어왔다.


▲ 거북문양과 파수문양     ©정진해
 
민화 등에서 보듯이 ‘승학신선도’에는 학을 타고 신선이 공중을 날아가는 모습은 장수를 상징하는 것이지만 고결함과 청아함을 상징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조선시대 관복에서 문관의 품계를 나타내는 운학흉배는 구름과 학이 선비의 청백한 기상을 상징하기 때문에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학에 대해 선학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고 문관 1품의 흉배로 사용하였다. 이러하듯 굴뚝의 십장생 중 날아가는 학은 고결함과 청아함을 지닌 장수의 의미로 자경전의 주인의 깊은 뜻을 새겨 넣은 것 같다.

서 있는 학 앞에 수사슴이 홀로 걷고 아래쪽에는 한 쌍의 사슴이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다. 암사슴 입에는 불로초가 물려 있다. 사슴은 미려한 외형과 온순한 성격을 동물로 신성한 존재로 여겨왔다. 일찍 중국에서는 사슴이 성공과 부를 상징해 왔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 왔다.

 한 예로 신라 금관은 사슴뿔을 형상화한 것이며, 고전 동화나 설화에서 인간을 돕는 착하고 의로운 동물로 등장한다. 자연의 법칙에서 접근하면 수사슴의 뿔은 생명의 나무와도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재탄생, 장수, 성욕, 빛과 태양 등을 뜻하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사슴은 100년을 살면 청록이라 하고, 500년을 살면 백록, 1000년을 살면 흑록이라 하였고, 흑록의 검은 뼈를 얻으면 불로장생한다고 하였다.

삼 아래네는 두 마리의 거북이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얼굴은 용이 모습이고 입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거북이는 장수의 상징으로, 옛사람들은 거북이가 3천 년 이상 산다고 믿어왔고, 거북이를 먹으면 1천 년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북이는 행동이 느리다. 그래서 장수의 동물로 여겨진 것이지만, 거북이는 1분에 한 번 정도 간격으로 호흡하는데, 느린 행동과 더불어 에너지를 아껴 생명력이 길어진다고 믿었다.

거북이 발아래에는 물결치는 파상문과 바위가 있는 불로초가 자라고 있다. 파상문은 풍년과 부, 권력의 의지, 청렴함 등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또한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나무를 만들고 불을 이기는 오행 중의 하나로, 물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 되고, 빗물이 강이 되고, 강물이 증발하여 다시 구름이 되는 순환의 연속성이다. 바위는 오랜 세월 지나도 변치 않는다 하여 장수의 상징, 오랜 풍상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문다 하여 장생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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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23 [11:27]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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