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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신협,하얀 백지 위에
 
신협 기사입력  2018/03/23 [12:23]


 

 하얀 백지 위에
 
         신협 (1938년~ )
 
 

내가 태어난 곳은
하얀 백지

 

스무살에는 백지 위에
(달)을 그렸고

 
서른 살에는 백지 위에
(물가에 앉아서) 호수를 그렸고
 

오십이 넘어서 예순 살에는
(단순한 강물)을 그렸다

 
이제 팔십이 되어서는
잘못 살았다는 생각에
백지 위에 달도 호수도 강도 모두 지웠다
 
다시금 하얀 백지로 돌아가
나를 찾아 나섰다

   
 
 
이오장 시인의 시 해설/나를 찾기란, 온 곳으로 돌아가기다. 그러나 거기에 아직 내가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은 자연 속의 동물이지만 생각하는 존재로서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을 쉬지 않고 행하는 알 수 없는 생명체다. 따라서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오직 뇌의 움직임에 의존하여 아는 만큼의 고뇌와 잊은 만큼의 평안을 가질 뿐이다.

성자라고 일컫는 수많은 선각자가 자신을 채찍질하며 인간 본연의 진체를 찾아 나섰지만 아직까지 해답은 없고 오히려 따르는 무리에게 번뇌만을 가중시켰다. 그렇다고 평안을 찾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없고 찾지 못하는 안식처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없어 인간은 끝없이 고민한다.

신협 시인은 백지 위에 자신의 욕망과 번뇌 그리고 안정을 그렸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잊고 인생 본연의 길을 찾았다. 인간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태어난 존재지만 백지 위를 걷게 되는 순간 그곳에 보이는 모든 것을 그리고 아는 만큼의 물질을 채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빈자리로 착각하고 원하는 만큼 채우려는 욕망을 본능적으로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가 원래부터 백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때야 삶을 뒤돌아본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것을 아는 순간 생의 마감이 다가드는 것이다. 시인은 그것을 지적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순리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자연 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 온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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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23 [12:23]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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