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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찬詩, 반전1~5
 
안재찬 기사입력  2018/05/09 [10:07]


 
한반도에 봄날이 왔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상을 초월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8년 4월27일! 남과 북 두 정상의 ‘판문점 선언’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굳게 잡고, 전쟁과 긴장을 걷어내고 평화와 협력으로 하나 된 조국을 그림 그리고 있습니다.
시인은 해묵은 분단된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믿는 자는 기도만 할 뿐, 열차를 타고 파리를 가고 싶습니다.
                                                                                                                           -안재찬 시인
 
 
 
 

 
반전1
     안재찬


남남북녀 두 연인은 전쟁북새통에서 부모를 잃어버리고 양부모 손길에서 성장하여 어느새 혼기는 지났습니다만, 두 연인은 열길 물속의 마음인 양부모 뜻을 거스릴 수 없어 십일 년 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글썽이다 얼굴엔 기미만 늘어났습니다. 누군가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둘이는 ‘이공일팔사이칠’을 역사적으로 사고치는 날로 잡아놓고, 목숨을 걸고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하나는 북으로 하나는 남으로, 이윽고 둘이는 그놈의 전쟁 공간 그놈의 긴장공간인 금단의 선 분단의 콘크리트를 허물고 두 손 꼭 잡고 초례청에 섰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눈앞에서 한겨레 한말에 방점을 찍은 한글을 만드신 광화문 세종 선생님을 주례로 모시고 ‘판문점 선언’을 한 후 한 쌍은 새 출발을 합니다.

 
 


 
반전2
     안재찬

 
도보다리 모퉁이에 무성영화 무대가 펼쳐집니다. 사위는 봄날을 알리는 새소리가 청청합니다. 배고픈 사람 달래주는 조팝나무와 연둣빛 버드나무가 바람  피우지 않으면 못 산다는 갈대와 어울리며 낮말을 도보다리 위에 매달아 놓습니다. 신혼부부는 말소리를 죽이고 달콤한 필담을 나눕니다. 해는 노을과 눈 맞추고 무성영화 막은 내립니다. 몇 잔 술에 얼근해진 주연배우 둘이는 숲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갔나 봅니다. 사람은 둘인데 다리도 둘밖에 안보입니다 착시현상이라도 좋습니다. 한해가 가면은 말입니다 아들은 한반도 한씨 한민국, 딸은 한조선으로 -좀은 진부하지만- 흐뭇한 봄밤을 기념하며 그렇게 이름을 지어 놓았답니다.
 
 
 

 
반전3
     안재찬

 
‘멀지만… 아, 멀다고 말하믄 안되갔구나!’ 옥류관 일등 요리사가 평양냉면 재료를 싣고 판문점에서 만찬을 준비합니다. 세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속 깊은 맛을 우려낸다는 북의 맛, 푸른 입과 붉은 입이 장단을 맞추어 후루룩 후루룩 육수를 마십니다. 고향의 봄을 면발에 듬뿍 뿌리고 잘강잘강 씹습니다. 걸신스럽다 했싸도 좋습니다. 단숨에 한 그릇을 비웁니다. 평화의 상징을 비둘기에서 인제는 평양냉면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반전4
     안재찬

 
하나의 봄 잔치마당에서는 박수를 치는 게 도리입니다 이런 날에는 설령 하는 짓이 마뜩찮아도 꾹꾹 참고 적색타령을 아껴두어야 합니다. 어처구니없다거나 위장평화 쇼라거나 그런 말로 잔치마당에 재를 뿌리고 찬물을 끼얹으면 속 좁은 사람이 됩니다. 뜻있는 수많은 눈들이 몽니를 부린다 어깃장 놓는다고 수군수군 거립니다. 몇 달 전만해도 남북은 티격태격 두통 치통으로 각을 세워  눕는 밤을 절망하며 통곡한 바, 상상을 뛰어넘는 나랏일 기쁜 날에 목소리 큰 사람들 청맹과니 되어 소탐대실로 큰 병 앓을까 저어됩니다. 한반도 상공에서 상주하던 먹구름 떼는 사라지고 평화로운 흰 구름이 즐비합니다. 할 일 많은 세상에서 행복지수 높이는 연출을 배우고 익혀야 정신위생상 좋습니다.

 
 
 

 
반전5
     안재찬

 
휴전선 낡은 철조망을 거둡니다
지뢰를 거두고 초소를 거둡니다
정전 육십오 년을 울음 울며 거둡니다
도보다리에서 만든 아들딸, 한민국과 한조선을 앞세우고 전쟁 없는 통일 한반도 선언 -둥둥 북소리로- 만방에 흩날리며 푸르른 깃발을 펄럭입니다.
부산에서 원산으로 모스크바에서 파리 런던까지 대륙의 꿈 훨훨 철로 따라 배낭여행을 떠납니다.
신은 관습법에 따라서 백두와 한라를 오가며 묵묵히, 다만 눈짓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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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9 [10:07]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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