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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회담’ - 지구촌 마지막 냉전 종식의 서막을 열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재구축 위한 역사적인 공동성명에 서명
 
정용일 기자 기사입력  2018/06/14 [08:56]

▲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이 악수를 나눴다.     © KBS1TV 화면 캡처
 
지난 6월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렸다.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지 70년만의 첫 정상 간 회담이다. 불과 6개월 전, 핵전쟁이 터져도 이상할 것 없는 일촉즉발의 대결 국면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북한과 미국 국기를 배경으로 12초간 악수를 나눈 두 정상은 취재진을 향해 자세를 취한 뒤 곧바로 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굉장히 기분이 좋고 우리는 좋은 토의를 할 것이다. 굉장한 성공을 거둘 것이다. 나에게 영광이고 우리는 엄청난 관계를 맺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 우리한테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렸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이라고 동의하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김 위원장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약 40분에 걸친 두 정상 간의 단독회담에 이어 10시부터는 양측 수행원들이 참가하는 확대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 북한 쪽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 쪽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

'세기적 담판'과 '역사적 서명'

이 날 서명한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과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포괄적이고 심도 깊은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노력을 하기로 재확인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상호 간의 신뢰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모두 4개 항에 합의하고 서명했다. 합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미합중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염원에 맞게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

이것은 1950년 제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전쟁을 치렀고, 이후 “불구대천의 원수”와 “악의 축”으로 서로를 적대시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관계정상화, 즉 ‘국교수립’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2. 미합중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한반도 내에서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협력하기로 하였다.”

2항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군사적으로 위협하거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북․미 협상 기간 중에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그에 상응하여 북한이 미사일엔진 시험 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한 사실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3. 2018년 4월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의 의의를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

3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약속을 재확인 한 것이며, ‘판문점 선언’과 연계한 것은 그 실행의 주체로서 남과 북의 역할과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의 약속과 남의 협력을 동시에 보장받음으로써 그 실현가능성을 최대화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4. 미합중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쟁포로(POA; Prisoner of War)와 전시행방불명자(MIA; Missing in Action)에 대한 유해발굴과 신원 기확인자(이미 확인된 사람)에 대한 즉각적인 유해송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번 성명에서 가장 구체적인 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4항에서 북한과 미국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약 5,500명에 달하는 미군 유해의 발굴과 송환에 합의함으로써 부정적인 미국 내 여론을 돌려세우고 향후 북․미관계 발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에 억류됐던 3명의 한국계 미국인의 송환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여론이 보인 환호를 생각해보면 5,500명의 미군 유해 송환이 미 국민들과 정치권, 언론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의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내외 언론들이 지적하듯이 ‘단계적 이행 방안’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는 언론은 없어 보인다. 무지와 편견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포괄적 합의', '구체적 이행 방안'은 향후 과제로

이번 성명에서 ‘구체적, 단계적 이행방안’이 빠진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소위 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는 현실 인식에 양 측이 동의했다는 표시이다. 원래 CVID라는 말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몰아붙이면서 만들었던 용어이다. 다시 말해 협상을 위한 제안이 아니라 완전 항복을 요구하며 협상을 거부할 명분으로 만들었던 용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방통행식 요구(용어)를 마치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사람들과 언론들은 초보적인 핵시설만 갖춘 이란의 비핵화 협정문이 20만 쪽에 달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북한을 상대로 한 한반도 비핵화는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며, 상호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향후 북한과 미국이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상호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선제적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이다.

둘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세기적 사건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짧게는 11월 중간평가, 길게는 재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6.12정상회담에 이어 곧바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북에 보내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것도, 7월 평양방문과 9월 워싱턴 정상회담을 예정한 것도 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지속되는 북․미 회담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목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두 정상의 회담에 임하는 자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의젓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겸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각 국 정상들과 회담할 때마다 언론을 장식했던 악수나 포옹을 통한 기 싸움 따위는 이번에 없었다. 오히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통역도 없이 두 정상이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눈 장면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4.27남북정상회담 때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산책을 하며 40분간 단독대화를 한 적이 있으며, 5월 초 대련에서 가진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해변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했다. 앞으로 ‘산책 대화’가 김정은 식 외교스타일로 자리 잡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만족’과 ‘환영’을 표명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김정은에 놀아난 실패한 회담”이라고 혹평하면서 “경제 파탄을 넘어 안보 파탄도 이제 눈앞에 와 있다”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를 막을 길은 투표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렇게 암담하고 절박하다”라며 “모두 투표장으로 가자. 꼭 투표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자. 깨어 있는 국민만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숨은 주역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83%까지 치솟았고, 6월13일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사실상 ‘퇴출’시켰다.

평화와 번영 위한 새로운 시대 열려

한편, 북한의 노동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즉각적으로 보도하면서 “조미관계의 새 력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으로 평가했다. 신문은 이어 “전 세계의 열광적인 지지와 환영 속에 성과적으로 진행된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은 조선반도와 지역에 도래하고 있는 화해와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력사적 흐름을 보다 추동하고 가장 적대적이였던 조미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시대발전의 요구에 맞게 획기적으로 전환시켜나가는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거대한 사변으로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세기 초에 시작된 서세동점(西勢東漸) 시대가 막을 내리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동양과 서양의 평화공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세상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강대국의 침략과 약탈의 희생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발원지로 거듭나고 있다.

나라의 허리를 자른 철조망도 걷어내야 하지만, 우리를 정신적 불구로 만든 ‘분단의식’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세,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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