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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이승하,어떤 손
 
이승하 기사입력  2018/06/15 [10:16]


 
 어떤 손
                      이승하

 
잠든 어머니의 손을 잡는다
손은 깊은 계곡이다
물 흐르지 않는
 
내 손은 약손 승하 배는 똥배
배 쓸어주시던 손길 참 부드러웠는데
어머니의 손은 지금 황폐하다
첫사랑을 잃고 서럽게 울었을 때
손수건 꺼내 내 눈물 닦아주셨는데
어머니의 손은 지금 자갈밭이다
30년 동안 공책과 연필을 파신
 
그 손으로 무친 나물의 맛
그 손으로 때린 회초리의 아픔
이제 곧 동이 터오면
세 번째 수술을 받으시는 날
잠든 어머니의 손을 잡는다
 

 
 
안재찬 시인의 시 해설/「어떤 손」은 추억의 우물에서 한 두레박 퍼올린 약수의 시편이고 사모가이다. “내 손은 약손 승하 배는 똥배”라는 시구에서 시인은 실명을 드러냈다. 이 시편은 릴케가 언급한 바 있는 “시는 체험이다”에 맞닿아 있다. 시인은 병상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어머니의 손은 의사보담도 약사보담도 더 효험을 지닌 심리적 약손으로 병을 물리치고 있다. 이성보다 감성의 치유가 더 효과적이란 것을 어머니 손길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첫사랑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성장통을 어루만지는 수건손. “30년 동안 공책과 연필을 파신” 김천의 어느 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며 가장 노릇하던 밥손.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회초리를 가끔씩 가슴 속에서 꺼내어 바른길을 주문하던 선생님의 손이 어머니의 ‘어떤 손’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육신은 병들어가고, 세 번째 수술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시간 앞에서 잠든 어머니의 손을 잡은 시인은 불효의 회한을 소리 죽여 읊조리고 있다.

설날이나 어버이 날이면 떠오르는 정철의 시조 한편으로 76년 생애를 위무하는 시인의 눈은 축축하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길 일란 다 하여라 /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하리 / 평생에 고쳐 못한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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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5 [10:16]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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