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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박형준, 황혼
 
박형준 기사입력  2018/12/07 [11:05]

 


황혼
   박형준
 
아버지 삼우제 끝나고
식구들, 산소에 앉아 밥을 먹는다
저쪽에서 불빛이 보인다
창호지 안쪽에 배어든
호롱불
아버지가 삐걱 문을 열고 나올 것 같다

 


 
안재찬 시인의 시해설/이 시는 망자에 대한 애틋한 정을 읊은 시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건 원시적부터 이승을 떠난 고인에게 정성을 다하여 예를 표해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각 지방마다 장례 절차가 다르다. 그러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 영혼을 위로하는 예절은 같다. 영혼의 안식을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다. 장례를 마치고 사흘째, 유가족은 산소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이런저런 고인과 나와의 관계에서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시인은 밥을 먹으면서 아버지를 생각한다. “창호지 안쪽에 배어든 / 호롱불”이 영상으로 지나간다. 저 50~60년대의 보릿고개, 그 가난한 농촌의 풍경에 젖은 온갖 상념은 밀물로 몰려오고 슬픔은 파도를 친다. 아버지는 죽어 여기서 썩고 한줌의 흙으로 “삐걱 문을 열고” 과거를 말할 것이다. 영원한 별리의 장소에서 유가족은 한 해 한두 번은 이 공통의 만남의 장소에서 아버지의 땀과 눈물의 여정, 추억을 풀어 놓을 것이다. 압축된 시어로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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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7 [11:05]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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