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권·복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내가 바로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기자회견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18/12/19 [01:23]

-고인이 남긴 컵라면·손피켓 들고 대통령과 대화·투쟁계획 발표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비정규직 100명이 작업복 차림으로 고 김용균씨가 남긴 컵라면과 손피켓을 들고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12월 18일 오후 1시에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비정규직 100명이 작업복 차림으로 고 김용균씨가 남긴 컵라면과 손피켓을 들고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12월 18일 오후 1시에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은동기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김용균(24세) 노동자가 12월 11일 새벽 3시 20분 석탄을 이송하는 기계에 목숨을 잃었다. 그는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태안화력발전소 원청의 설비와 기계와 원료로 원청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했기 때문에 파견노동자였고, 허가받지 않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입사한 날로부터 정규직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회사는 불법파견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규직 전환은커녕 불법은 은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로현장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사망한 사고는 헤아릴 수 없지만, 지난 2016년 5월 28일, 구의역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중 사망한 김 모군의 사고는 국민들의 눈시울을 자아냈다. 사고 당시 불과 19세였던 그의 가방에서 발견된 것은 정상적인 식사가 불가능한 근무환경 때문에 항상 갖고 다녀야 했던 컵라면과 일회용 나무젓가락이었다.

▲  고 김용균씨의 유품. 몇 가지 라면과 롬런볼 과자, 작업복 등이 비정규직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번 고 김용균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과 24세의 나이인 그의 유품에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과 라면 몇 개, 그리고 홈런볼 과자가 들어있었다.

그의 부모들은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향해 “공기업에서 이토록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 아들,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계자 처벌을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우리 아들의 바람이었던 대통령 만남을, 아들은 못했지만 우리 부모라도 만나고 싶다”며 통곡했다  

▲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걸린 고 김용규씨의 대형 현수막   © 은동기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불의한 세상, 불공정한 사회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며 “비정규직을 없애지 않고서는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고, 차별과 죽음의 이 불평등한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격앙했다. 

“고 김용균씨도 비정규직 외주화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하고 싶었을 것”

▲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신대원 지부장     © 은동기

첫 발언에 나선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신대원 지부장은 “원청은 모든 시설의 관리감독과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사고 진상조사팀의 특별근로감독 노조 대표로 입회하려는데 대해 사측은 완강하게 노조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원청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홍정표 지부장     © 은동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홍정표 지부장은 “2년 전 구의역 사고와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규정된 적정 근로자보다 더 적은 인원이 근무했기 때문”이라며 “가스공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에 인원 증원 없이 1개조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이려 하고 있고, 적정인원을 변칙적으로 줄이고 근무시간이 줄었다며 임금까지 줄이겠다고 하고 있으며, 정규직 전환이라는 미명하게 정년퇴직이나 이직 등 자연 감소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충원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스공사는 6명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부당해고 시키고,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정부지침을 완전히 무시한 채 비정규직 생존을 위협하는 살인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히고 “구의역 사고의 김 군과 태안화력의 김 동지 같은 노동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비정규직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등 각종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은동기

대표단은 기자회견 중,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직접고용 실행하라’ ‘비정규직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내가 바로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상시• 지속업무 정규직 원칙 쟁취하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KTX 비정규직 승무원 김승현씨는 “KTX승무원이 안전업무를 한다는 것은 여러 사고들로 증명되어 왔다”면서 “정부가 노사정협의체에서 KTX 승무 업무는 직접고용 전환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정 권고를 받았고, 노사가 조정을 받기로 합의도 했으나 이 합의사항은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요즘 강릉 탈선사고 등이 발생해도 모른 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KTX 비정규직 승무원 김승현씨   © 은동기

김 씨는 이어 “고 김용균씨도 일하면서 안전업무가 비정규직으로 외주화된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고, 정부가 시행한 규정과 정책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는지 점검이 필요하며, 생명안전업무는 직접 고용하고, 안전으로 우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약속을 공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청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빠져서 모른 척 한다. 공공기관은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고, KTX가 제2의 세월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승무원들이 안전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직접 고용함으로써 큰 사고로 국민들이 죽는 것을 모른 척 방치했던 이전 정부와는 다른 촛불 정부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 조선소 하청업체 전기공 김동성씨     © 은동기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는 김동성씨는 “지난 2-3년 동안 조선소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거제도에서만 약 3만 2천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감원되었다”며, “정규직의 경우에는 그래도 사전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기라도 하지만, 하청 노동자는 천명이든 만 명이든 구조조정 계획이 없으며, 3만 명의 하청노동자가 잘려나갈 때, 일한 대가 제대로 받고 해고된 사람 거의 없고, 한두 달 월급 밀리고, 퇴직금 못 받고, 4대 의료보험료는 의례 껏 몇 개월씩 채납된 채 해고된다”고 밝혔다.

이어 “남아있는 하청 노동자들 그나마 일자리 그대로 지킬 수 있어 최저 시급이라도 받고, 수주 물량이 떨어져 많은 시간 일하지 못해도 그래도 남아 일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550% 상여금에 만족했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상여금을 삭감시켜 기본급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 건 석탄이 아니라 노동자의 목숨”

비정규직 100인의 대표단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님의 유언이라며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21일 대규모 촛불행진을 통해 이들의 요구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각계 비정규직 100인 대표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 은동기

이들은 청와대와 검찰, 법원과 국회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무위에 그쳤다고 비판하고, 노동계의 문재인 정부 비판에 대해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심각하게 위협이 되는 것은 실업율과 경기침체이지만,  일자리 창출이 급하다고 재벌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진행하면 당장 몇 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결국 경제는 공정성을 잃고 지속가능성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 원칙이 다시 세워져야 한다”며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고 11월 3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가운데 24살 꽃 다운 청년 김용균 노동자가 스러졌다”고 비난하고,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 건 석탄이 아니라 노동자의 목숨’이라는 어느 시인의 절규처럼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연료로 지탱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단은 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시기에 ‘사람이 먼저’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하는 정책을 보면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자본이 먼저’”라며 “맹목적인 경쟁과 효율 추구는 우리 사회를 비정규직의 생명을 연료로 태워 움직이는 괴물로 만들어 왔다”고 맹렬히 정부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자본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대통령이 먼저 가장 불안정한 권리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호소하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는 내가 김용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2월 21일 금요일 오후 3시에 서울 을지로 고용노동청에서 종로를 지나 청와대까지 행진 후 노숙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며, 22일 토요일 오후 7시부터는 고인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4차 촛불추모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대표단이 세월호 광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의 영정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     © 은동기

기자회견을 마친 대표단은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설치된 고 김용균씨의 분향소를 찾아 영정 앞에 분향하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12/19 [01:23]  최종편집: ⓒ wngo
저작권자(c)한국엔지오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고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