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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안전불감증, 기본부터 지키자
 
발행인 기사입력  2018/12/21 [09:54]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수능시험을 치른 고교 3년생 열 명이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 원인은 보일러 연통 분리로 인한 ‘가스 누출’로 조사됐다. 보일러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연통이 어긋나 가스가 객실 내부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참변을 당한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부모들의 동의를 받아 단체 여행에 나서 숙박을 위해 이 펜션에 들었다고 한다. 고단하고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이제 막 꽃을 피우기도 전에 꺾여버린 참변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이른바 ‘연탄가스 중독’라고 해서 가정에서 연탄난방을 하던, 학생들 부모 세대의 성장기인 1970~80년대에 만연한 사고였다. 그러나 가스경보기와 배관기술이 향상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지금은 일상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다중이용시설이라면 소방시설과 함께 가스경보기 설치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 최근 5년간 가스보일러 사고 23건으로 14명이 숨지고 3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처럼 가스 배기통 이탈에 따른 중독 사고가 전체의 74%인 17건이나 되는데도 야영장만 의무화 대상이다.

사고가 난 펜션은 농어촌 숙박업소로 신고하고 영업했다. 숙박시설이 아닌 민박사업시설로 구분돼 있고, 건물 면적도 소방기본법에 적용을 받는 규모가 아니었다.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규제가 덜해 보일러 배관을 점검받지 않아도 됐다.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가스를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장치를 다는 것도 필수요건이 아니었다. 정부는 야영시설에서 가스사고가 잇따르자 야영장에만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정부가 지난 6월 ‘펜션’ 형태로 영업을 하는 ‘농어가 민박’에 대한 일제 조사를 한 결과 4곳 중 1은 무단 용도변경이나 건축물 면적 초과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 강릉 참사와 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으면서 새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KTX 탈선, KT 통신구 화재, 백석역 온수관 파열, 고양 저유소 폭발 등 어이없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정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전수조사, 안전기준을 강화한다고 법석을 떨지만 그때뿐이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세우기는 했지만 잊을 만하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후진적 사고에 그저 참담할 뿐이다.

사회가 복잡다단해 지고 생활여건이 다양화 되면서 사고는 예측 불허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안전 대책은 늘 뒷전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벌어지면 그제서야 관계 당국과 정치권 등에서 법규 강화를 언급한다. 나부터, 우리가 나서 우선 기본을 챙겨야 한다. 미리 안전 규정을 철저히 만들고 이를 지키도록 상시 감시하는 게 일상이 돼야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안전은 불편할 정도로 따지고 비용을 들여야 비로소 바뀌기 시작한다. 이제 더 이상 사고가 난 뒤에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고질적인 안전불감증도 언젠가는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할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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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21 [09:54]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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