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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혁명의 순교자, ‘마라의 죽음’을 통해 본 사회 지도층의 죽음
주 철 민(서강대학교 게임&평생교육원 교수)
 
주철민 기사입력  2019/01/15 [11:00]

 장. 폴. 마라는 프랑스 대혁명 이념을 가장 잘 대변하는 혁명의 영웅이다. ‘국민의 친구’라는 별칭을 가진 그는 대혁명이 부르주아 혁명이 아닌 민중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신고전주의 화가 장. 루이. 다비드는 영웅의 최후를 그리면서 그 점을 생생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그가 그린 ‘마라의 죽음’은 가장 사적 생활의 한 부분인 목욕하는 순간까지 국민과 소통하려 한 소박한 지도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 지도자는 치명적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려가면서도 끝까지 왼손에 편지지를 들고, 오른손에 펜을 쥐고 있다. 물론 죽은 자는 펜을 떨어뜨렸음이 분명하다. 화가는 그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였다. 다비드는 낡고 기운 목욕 수건과 함께 그 죽음의 모습을 극적으로 시각화하였다. 누구나 그 그림 속에서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지도자, 혁명적 순교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2014년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세월호 사건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분명 무능력했다. 그 무능력 뒷면에는 정권의 사적 운영과 온갖 비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민중은 공개적으로 광화문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결국,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라는 현대판 프랑스 대혁명이 성공했다. 불행하게도 요즈음 민중혁명의 주인공, 국민 대다수는 자신들이 성공시킨 혁명을 상징할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가 누구인가에 관하여 의문을 갖는다. 민중혁명을 통해 탄생한 대통령 지지율은 점차 하락하고, 주변 참모들은 이런저런 문제로 대통령의 통치력에 흠집을 내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민중의 정부가 진행해 온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국가권력의 민간인 사찰과 사법개입 등의 문제해결이 과연 민중이 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의문이 자꾸 생겨난다. 정치와 담을 쌓아 왔다던 사법부의 수장부터 중요 인사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서고, 한동안 정치 개입을 하지 않는 민주주의 군대를 자랑하던 군인들이 자신의 결백과 국가와 군대에 대한 충정을 주장하며 자살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고 생각하던 정치 지도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미투 운동으로 국민의 신망을 잃고 있다.


그 누구보다 명예와 정의를 중요시하는 법관들과 군인들의 자발적 죽음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민중혁명의 진행 과정에 대한 냉정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 성찰을 본격화하기 전에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혁을 이끄는 이념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하는 데 있다. 그 이념은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통한 개인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우애라는 프랑스 대혁명 정신의 구현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은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의 이중적 기호를 통해 나타난다. 우선 시각적 기호를 통해 마라의 모습은 혁명의 지도자가 되려면 최후의 순간까지 서민처럼 살며, 서민과 소통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세월호의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과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이 우리를 무척 슬프게 한다. 또 다른 ‘마라의 죽음’의 기호는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은 손에 쥐고 있는 편지지의 내용과 편지를 쓰는 테이블에 쓰인 글귀라는 관습적 기호이다. 편지지에는 “ 전 자유란 이름 아래 박해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보호를 요구하는 충분한 이유입니다.”라는 내용이, 테이블에는 “나를 타락시킬 수 없어서 그들은 나를 암살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두 내용은 우리에게 진정한 민주주의의 지도자란 개인의 자유를 끝까지 옹호하지만, 그 자유를 이용하여 부패한 정치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메시지가 오늘날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의 결백과 국가에 대한 충정을 보여주기 위하여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진정한 죽음의 의미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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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15 [11:00]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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