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NGO > 시가 있는 마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NGO시마을]백승희, 바람을 싣다
 
백승희 기사입력  2019/02/22 [10:01]

 

바람을 싣다
                              백 승 희


 
  빈 배를 갯벌로 끌어들인 건
  낡은 풍랑이었다
  바다 끝까지 가고 싶어 하는 빈 배를
  섬 뒤편까지 끌고 갔다가
  내동댕이친 후 뻘밭에 발목을 묶어두었다
  물결의 풍향계를 쥔 바다는 저만치서 외면하고
  저어새처럼 부리를 젓던 노는 부러져
  질퍽한 사타구니에 처박혔다
  백사장이 알몸으로 잠들어 있는 외포리 갯가
  밀고 당기던 속살은 물결치고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까마득히 접혔던 돛단배는
  수로의 자궁에서 닻의 탯줄을 당긴다
  바람을 싣고
  수평선으로 가기 위해
  꿈에서도 흔들리는 빈 배

 


김기덕 시인의 시해설/누구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갖고 산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지만 맞닥뜨리는 현실은 절망적일 수 있다. 백승희 시인의 시 「바람을 싣다」는 뻘밭에 말목이 묶인 배를 통하여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을 표현하고 있다. 빈 배는 욕심 없는 순수한 상태였으나 갯벌이라는 질퍽한 삶의 현장으로 처박히게 된 것은 풍랑 때문이라고 말한다. 휘말리고 싶지 않은 시대의 격랑이나 개인적 불우의 폭풍으로 인해 바다 끝까지 가고 싶은 꿈을 실현하지 못한 채 처절한 삶의 현장에 내동댕이쳐지고, 발목이 묶여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현실을 백승희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섬의 뒤편은 어두운 뒷골목과 같은 곳이며, 꿈을 젓던 노는 부러져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졌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수로의 늪과 같은 현실에서 안주하지 않고 생명의 닻줄을 끌어 올려 까마득히 접혔던 돛을 펼친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 영원하고 광대무변한 이상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가 「바람을 싣다」에 담겨있다. 그래서 날마다 꿈의 돛을 펼치고 바람을 싣는다. 늘 흔들리면서도 욕심 없는 빈 배로 남아 영원한 이상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과 의지의 바람을 가슴에 채운다. 또한 탯줄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요, 꿈의 세계로 향하는 출발을 의미하고 있어서 이 시가 더욱 희망차고 가슴 따듯하게 다가온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9/02/22 [10:01]  최종편집: ⓒ wngo
저작권자(c)한국엔지오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백승희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