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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 열려
올해의 여성운동상에 서지현 검사와 고 김복동 할머니 선정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19/03/09 [12:59]

-올해 성평등 걸림돌 수상자,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부 등 선정

 

“미투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적극적인 사회적, 문화적 대안을 찾아가는 저항을 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여성을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111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2019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가 8일 오후 6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추최 측 추산 5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111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2019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가 8일 오후 6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추최 측 추산 5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은동기

 

올해 한국여성대회 구호를 ‘성평등이 민주주의 완성이다. 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로 정한 여성단체들은 이날 곳곳에서 다양한 성격의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11시, 청소년페미니즘 모임이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개최한 '#스쿨미투 성폭력의 역사를 끝내자'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후 2시에는 민주노총이 파이넨스 빌딩 앞에서 주최한 세계여성의날 전국노동자대회가, 오후 3시에는 모낙폐가 주최한 헌법재판소 앞  1인시위 100일 기자회견이 열렸으며, 오후 3시에는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들이 주최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스톱(STOP) 조기퇴근시위' 시위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여성운동을 집단 이기주의로, 성평등 정책을 여성 편익정책으로 폄하하는 세력 있어”

 

▲  백미순. 김영순. 최은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들이 대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 은동기

 

영화배우 권혜효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백미순. 김영순. 최은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들은 대회사를 통해 “미투운동으로 우리는 젠더 정의를 사회변혁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부각시켜냈으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도 변화해 왔다”고 평가하고, “우리 스스로의 힘을,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깊이 자각하게 되었으며,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 여정에서 올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운동과 연대를 집단 이기주의로, 성평등 정책들을 여성 편익정책으로 폄하하면서 젠더활동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백레쉬를 뚫고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온 우리사회의 변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큰 물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여성대표성 확대, 낙태죄 폐지 등 오늘 우리의 핵심적이고 근본적이고 오래 묵은 가지들부터 해결해 나가도록 하자. 달라진 우리의 힘으로 유쾌하고 뜨거운 연대로 성평등 민주주의 세상을 뚜벅뚜벅 함께 걸어가자”고 결의했다. 

 

▲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 은동기

 

축사에서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세계 어느 곳도 완전한 성평등을 이룬 나라는 없으며, 한국사회도 남성중심의 가치와 체계로 이뤄져 있어 정치, 문화 사회 등 모든 영역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한국사회를 강타한 미투운동은 한국사회 성평등 의식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조계 등 한국사회의 삶의 공간을 총 망라한 항의가 있었다. 성불평등이라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법률적 판단의 한계를 분명히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운동가들이 한국사회의 여성운동을 위해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한국 여성운동가들이 얼마나 척박한 땅을 일궈왔는지를 생각하게 한다”며 이 땅의 여성운동을 평가하고, “미투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적극적인 사회적, 문화적 대안을 찾아가는 저항을 해야 하며, 여성에 대한 차별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여성을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을 “‘성평등 특별시장 박원순’”이라며, 과거 정신대 할머니들을 변론한 사실 등을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위드유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성평등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어제 발표한 것처럼 4천억 원을 들여 82년생 김지영씨와 같은 일이 없도록 돌봄서비스을 실현하겠으며, ‘성평등 도시, 서울’을 위시해서 전국으로 성평등한 세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올해 성평등 걸림돌 수상자로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부, 성폭력 가해자 비호에 급급했던 경북대, 금융권 채용 성차별 기업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8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성평등 디딤돌에는 ‘미투 특별상’을 따로 마련하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낸 김지은씨, ‘촬영 성폭력’을 고발을 한 양예원씨, 연극계 미투를 한 이윤택 사건 공동고소인단 등 11팀에게 주어졌다.

 

▲  대학 내 총여학생회 폐지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는 노서영씨가 발언하고 있다.     © 은동기

 

이어 디딤돌 수상자로 선정된 총여폐지반대단체의 노서영씨는 수상 소감에서 “총여학폐지가 페미니즘 패배라고 하지만, 총여학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비로소 페미니즘 목소리가 중앙 무대로 나오기 시작했고,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라며, 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하고, “성차별이 있는 한 총여학생회는 필요하다. 평등한 대화를 위한 우리의 움직임은 무엇으로도 가로막을 수 없으며, 우리는 대학 내 페미니스트로써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대안 세력으로 살아가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다른 디딤돌 수상자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의 이효린 활동가는 “우리는 사이버공간의 다양한 여성폭력에 대항하고자 모인 평범한 온라인 페미니스트들”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가로의 삶을 결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그 동안의 힘들었던 상황을 회고하며 울먹이면서 목이 메었다. 

 

이 활동가는 “한사성은 뾰족한 탑이 아니라 커다란 방주가 되는 운동을 꿈을 꾸면서 조금씩 배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한사성은 조금 바뀐 세상을 기대하지 않으며, 모든 운동이 자기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한사성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방주에 올라 백레쉬를 타고 넘으며, 온라인 세계의 여성 폭력을 근절할 것”이라며 “영상이 유포되어 고통받는 자매들은 안전해질 것이고, 성폭력이 상품화되는 공고한 카르텔은 결국 폭파될 것이며, 이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모두가 알게 될 것이고, 세상은 더 이상 피해자는 죽는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특별상은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힘쓴 30여만 명의 여성들’이 수상했다.

 

서지현 검사 “나의 꿈은 미투가 번져나가는 세상 아니라 미투가 필요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

 

한국사회에 폭발적인 미투운동의 물꼬를 트며,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된 서지현 검사는 “한국의 미투운동과 한국여성인권운동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고 가장 열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래서 세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영국 모 대학에서 행한 자신의 강연 내용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  서지현 검사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은동기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항상 ‘인생이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해 가는 여정이다. 스스로의 행복을 창조하기 위해 힘차게 비상하여라’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시절 나는 한명의 소녀로써가 아니라, 한명의 여성으로써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써 스스로의 운명을 창조해 가는 인생의 여행을 꿈꿨다. 나는 정의를 실현하는 검사가 되고 싶었고 최선을 다해 그 꿈을 실현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사가 된 나에게 세상은 말했다. 너는 단지 한 명의 여성 검사일 뿐이다. 여성 검사는 남성 검사의 50%에 불과하다. 그리고 세상은 말했다. ‘여검사로 살아남으려면 성희롱 성폭력은 견뎌내야 한다. 그런 것을 견뎌내지 못하면 여성 검사로 살아남을 수 없다. 남성들은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런 실수를 문제 삼는 여성은 잘 나가는 남성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다’라고....

 

111년 전 여성들은 생존권과 존엄권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섰다. 100년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헌법에서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천명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여성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극적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으로써 당연히 누려야 하고, 안전하게 살아가야 할, 차별받지 말아야 할 권리를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나에게는 꿈이 있다.  나의 꿈은 미투가 번져나가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필요 없어지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나의 꿈은 지금의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음과 죽임을 당하지 않고, 맞지 않고, 성폭력을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나의 꿈은 우리의 자녀들이 그들의 성별이 아닌, 그들의 재능과 노력에 의해 평가받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후손들이 ‘세상에 미투가 필요한 시절이 있었데. 세상에 페미니즘을 얘기하며 무뇌아라고 말하는 세상이 있었데. 세상에 여성이라고 차별받는 세상이 있었데’라고 전설처럼 이야기 하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그런 세상이 될 때까지 저와 우리 여성들의 발걸음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서 검사와 함께 전시 성폭력 피해자의 상징인 고 김복동 할머니를 두 번째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를 대신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 은동기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김 할머니를 대신한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을 통해 김 할머니의 지난 93년의 인생과 30여년의 여성인권운동가로써 살아온 삶이 결국 우리 여성인권운동의 중심을 잡고 왔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고 김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삶을 개관한 후, “그의 삶을 통해 한국의 여성운동이 세계 여성운동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고, 유엔인권 기준으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도 당당하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아니라 법적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입증시켰으며, 유엔의 여성폭력문제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도 그렇게 기록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어 “지금 우간다, 콩고와 코소보 등 무력분쟁지역에서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김복동은 우리의 마마’ ‘김복동은 우리의 영웅’ ‘김복동은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한다”면서 “그들도 김 할머니의 죽음에 삭발하고, 함께 추모하고, 할머니가 이 땅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뿌리고 간 꿈과 희망을 우리가 이루고 있다고 결의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코소보 내전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은 할머니를 만난 이후, 우리나라와 자국에서 드디어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고발하고 증언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베트남전쟁 성폭력 피해자들도 할머니에게, 우리에게 사죄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있고, 미군 기지촌 여성들도 할머니 때문에 우리도 목소리를 내게 되었으며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게 되었고 우리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뮤지컬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수요시위에서 말하고 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낙태죄를 폐지,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 성별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등 촉구

 

이날 대회는  <3.8여성선언>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국의 미투운동은 용감한 여성들이 만들어낸 거센 변화의 물결이자 빛나는 성과”라고 평가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문화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여성들의 강력한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대회 참가자들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 한 2018년 세계 젠더(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18)를 인용, “한국은 전체 149개국 중 115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며, 2019년 3월 현재, 가결 된 ‘미투’ 법안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관련 국가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149개 국가 중 115위인 젠더격차, 2019년 3월 현재 가결된 극소수의 ‘미투’ 법안, 여성들을 옭죄고 있는 낙태죄, 노동시장 내 성차별로 인한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 국회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한반도 평화 논의과정에서의 저조한 여성 참여 등을 사례를 들어 “변화를 위한 여성들의 뜨거운 목소리는 정부와 국회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들은 “성차별과 성폭력이 없는 사회를 위하여 민주주의는 성평등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리 여성들은 연대와 실천으로, 여성의 경험을 삭제하고 성차별과 성폭력 이 만연한 사회구조를 바꿀 것이며,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여성도 동등한 시민이자 주권자로서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낙태죄를 폐지,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 ▲성별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발언이 끝나고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원빌리언라이징)로 전국공동퍼포먼스를 진행한 주최 측은 광화문광장을 시작으로 안국역사거리-인사동 거리-종로거리를 행진한 후,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와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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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09 [12:59]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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