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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민변과 한베평화재단,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19/04/04 [22:43]

“일본에 의해 식민 지배를 당했던 불행한 시기의 불법행위에 대해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태도는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문제에 있어서도 일관되어야 한다”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가족을 잃거나 직접 피해를 당한 16개 마을, 103명의 베트남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관한 진상조사와 희생자들에 대한 공식입장 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  민변과 한베평화재단은 4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 퐁니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탄(59)씨 등과 함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베평화재단 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한베평화재단은 4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 퐁니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탄(59)씨 등과 함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및 유족이 한국 정부에게 공식적으로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는 서면을 제출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청원서는 제주43 평화재단으로부터 2019. 4. 1. 제주43평화상 특별상을 수상한 퐁니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60년생)과 하미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57년생)이 직접 청와대에 제출했다. 

 

두 응우옌티탄(동명이인)은 작년 4월, 서울에서 열렸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서 참여,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을 묻는 민간 재판의 주인공이었으며, 김영란 전 대법관을 비롯한 신망 받는 법조인 3인으로 구성되었던 시민평화법정 재판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적절한 배상과 진상조사, 공식입장표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국군은 단지 미국의 용병일 뿐이었는데 왜 미군보다 더 잔인했는지 알 수 없어”

 

퐁니마을 학살 피해자로 2019년 제주43 평화상 특별상 수상자인 응우옌티탄씨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한국정부가 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 어떤 한국의 공무원들도 우리에게 찾아와 사과를 원하는지 묻지 않았다”고 밝히고, “청원서를 통해 무엇보다 한국 정부에게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생존자들은 사과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일본에 의해 식민 지배를 당했던 불행한 시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여전히 일본 정부에게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그러한 입장과 태도는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문제에 있어서도 일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억빈 마을 학살 유가족 레반타인(L Vn Thanh)씨는 “한국군은 단지 미국의 용병일 뿐이었는데 왜 미군보다 더 잔인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가족의 죽음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집과 논과 밭을 불태우고 파괴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한국이 이 사실을 시인할지는 모르겠으나, 이 명백한 진실을 결코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꾸엇 마을 학살 유가족 응우옌티씨 (Nguyn Th X)는 “어머니 쯔엉티쑤옌(42세)은 나를 껴안고 몸을 웅크린 채 정신을 잃었는데, 한국군의 총탄이 어머니와 나를 맞추지 않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언니들은 당시 갓난아기였던 내가 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울지 않아 어머니와 내가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카인럼 마을 학살 유가족 응오반끼엣 (Ng Vn Kit)씨는 “나의 마지막 염원은 학살로 억울하게 숨진 어머니와 가족들의 무덤을 정성스레 단장해 드리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학살 피해자들의 청원서’를 통해 ▲진상조사 및 사실 인정(한국 정부 기구에 의한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살해, 상해 등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조사 및 조사결과 공포), ▲공식 사과 및 공식 선언(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공식 사과,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조치를 포함한 입장 표명),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피해자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경감할 수 있는 인도적 조치 수립 및 시행)를 요구했다.

 

이들 103명 청원인들의 대리인에는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 박진석 변호사(법무법인 DLS),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권민지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올),  안지희 변호사(법무법인 위민),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이선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림), 이정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재율), 전민경 변호사(법무법인 동화)가 참여했다,

 

“한국정부, 비겁한 침묵의 시간은 이제 끝내야”

 

이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03명의 목소리, 그리고 미처 담기지 못한 수많은 목소리에 응답해 주십시오’ 제하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한국 사회에서는 30년이 넘도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림짐작하면서도 암묵적으로 모른 척 해왔던 문제가 있었으며, 32만 여명의 한국군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은 수없이 무고한 민간인들의 삶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이것을 전쟁수행의 불가피한 단면으로 정당화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1999년 한국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보도에서 80여개 마을 9천여 명의 민간인이 한국군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민간연구자의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지만, 한국 국민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고,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인정이나 책임도 뒤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베트남전 피해자들과 연대해온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에 ‘시민평화법정’이라는 민간법정을 만들고, 퐁니마을 학살의 생존자 응우옌티탄과 하미마을 학살의 생존자 응우옌티탄을 원고로,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는 재판을 진행하여,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적절한 배상과 진상조사, 공식입장표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논의한지 20년째’임을 강조하고, “그 20년 동안 한국 정부는 그 어떤 진상조사를 시작하지도, 공식인정을 하지도 않았다”며 “비겁한 침묵의 시간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는 이름 모를 베트남인들의 죽음과 고통 위에 서 있다”고 강조하고,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의 청원은 그들만의 청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103명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한국 시민들의 추가청원을 조직할 것이며, 이들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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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04 [22:43]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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