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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쟁기념관, “전쟁을 기념하는 곳에서 평화를 말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적대와 왜곡의 전시를 멈춰라”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19/06/26 [06:31]

-한국전쟁 발발 69년 즈음, 용산 전쟁기념관 앞 기자회견


“우리가 전쟁을 기억할 때, 적대감만 고취시키고 분단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쟁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전쟁의 참상 등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 땅에 비극적인 전쟁이 없도록 하는데 기념관이 기여해야 한다.” - 박래군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대표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9년이 되는 6월 25일 오전 11시에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대표 박래군)는 용산 소재 전쟁기념관 앞에서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민변, 피스모모, 한국전쟁보은유족회 등 50여개 인권, 종교, 노동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한국전쟁 관련 전시내용 변화 및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연대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9년이 되는 6월 25일 오전 11시에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용산 소재 전쟁기념관 앞에서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민변, 피스모모, 한국전쟁보은유족회 등 50여개 인권, 종교, 노동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한국전쟁 관련 전시내용 변화 및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연대기자회견을 열었다.   © 은동기

 

단체들은 최근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이 진전될 경우,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지속되어 온 상호 적대와 대결의 안보논리에도 중대한 변화가 수반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방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이 냉전적 사고에 기반하여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시키고, 한국전쟁 당시 있었던 사실에 대한 왜곡과 배제된 전시내용으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또 전쟁기념관이 북한을 ‘여전히 대남적화통일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국가권력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제주 4·3사건까지도 ‘좌익세력에 의한 무장투쟁’으로 규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수많은 민간인 학살사건 등은 전시내용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면서, 1년에 2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전쟁기념관을 관람하고 그 중 70만 명 이상이 아동과 청소년들로 이 같은 기존의 전시내용은 교육적 측면에서 맹목적인 반북의식을 형성시키고 역사인식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명했다.

 

단체들은 전쟁을 기념한다는 전쟁기념관의 명칭에 대해서도 많은 시민에게 의아스러움과 반감을 주고 있다면서 기념이라는 말이 우리사회에서 주로는 좋거나 의미 있는 일을 오래 기억할 때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고통이었던 한국전쟁을 기념한다는 명칭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전쟁기념관이라는 명칭은 인권과 평화지향적인 의미를 담는 명칭으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앞서 지난 6월 3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적대와 왜곡 그리고 배제’ -용산 전쟁기념관 한국전쟁 관련 전시의 문제점과 대한 1차 토론회를 개최한바 있다.


전쟁을 겪었던 나라들, 전쟁을 통해서 ‘평화’를 말하지 ‘전쟁’을 말하지 않는다

 

▲ 박래군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대표    © 은동기

 

이날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 박래군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대표는 “한국전쟁 70년이 되는 다음해가 되기 전, 기존의 한국전쟁에 관한 인식을 넘어 평화로 가는, 시대에 맞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전쟁기념관이 전시하고 있는 상당부분이 왜곡되어 있다. 팩트에 의거해 전시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왜곡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어 “년 간 230만 명 이상 찾는 곳이고, 70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과 많은 외국인들이 오는 전쟁기념관이 여전히 민주화시대 이전의 관점에서 전시가 지속되고, 적대관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시대에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현 시대에 맞는 기념관으로 바꿔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존 전쟁기념관에 대한 새로운 조명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전쟁을 기억할 때, 적대감만 고취시키고 분단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쟁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전쟁의 참상 등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 땅에 비극적인 전쟁이 없도록 하는데 기념관이 기여해야 한다. 내년에는 다른 모습으로 기념관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쟁기념관 전시의 문제점과 변화의 방향에 대해 김민환 한신대학교 평화교양학부 교수는 2000년대까지의 한국전쟁에 관한 연구는 크게 ▲누가 전쟁을 먼저 시작했는지에 대한 규명, ▲군인들의 작전 방향 등 전사에 관한 연구, ▲적에 의한 민간인 피해 부분 등 세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고 설명하고, 2000년대 범국민위원회 발족,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립위원회’ 발족과 이를 중심으로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한 남한 민간인 학살 사건들이 정부의 이름으로 진실 규명이 되었고, 그 성과를 기반으로 일부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기도 했으며, 많은 유족들이 그 책임을 물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 그 결과 거의 승소하는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   김민환 한신대학교 평화교양학부 교수   © 은동기

 

김 교수는 이어 민간인들 중심으로 한국전쟁 연구가 이뤄지는 배경에 대해 “전쟁의 피해는 군인들의 피해도 있지만, 일차적으로 전쟁은 민간인들의 삶을 통째로 바꾸는 총체적이고 충격적인 경험들인데, 그 경험들이 과연 우리사회에 알려졌느냐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서 “그 내용을 전쟁기념관의 전시내용에 담아야 한다, 그것은 학문적 성과일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해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립위원회’같은 법적, 제도적 성과를 반영하는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전쟁기념관의 명칭은 평화기념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개 전쟁을 겪었던 나라들은 전쟁을 통해서 평화를 말하지 전쟁을 통해서 전쟁을 말하지 않는다. 전쟁기념관이 아니라 평화기념관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흐름인데 우리는 이에 역행하며 그게 보편적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전쟁을 경험한 대부분 국가들의 경우, 전쟁이 시작된 날을 기념일로 삼지 않고 전쟁이 끝난 날을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면서 “이 국가들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시작되었으며, 그 평화를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한국전쟁의 시작을 말하고 그 시작이 전쟁의 지속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문제가 사실은 바꾸기 힘든 문제일 것”이라며 “지난 번 토론회를 통해 제기된 ‘남한과 북한의 전쟁기념관을 어떻게 통합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비무장 지대 GOP를 부수는 문제보다 더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박용현 한국전쟁 보은유족회 회장   © 은동기

 

전쟁기념관이 배제한 민간인 학살 문제와 관련, 박용현 한국전쟁 보은유족회 회장은 “이곳은 육군본부와 한미연합사가 주준하기 전에는 일본군이 주둔했고, 그 전에 몽고군이 주둔했었다”면서 “이 자리는 외세를 몰아내는 다짐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 살 때 부친이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인해 희생되었다는 박 회장은 당시 그 같은 일들(학살 사건)이 수 없이 많았는데 이 곳 전쟁기념관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지적하고, “4.19 후에 민간인 유족 중심으로 조사해 본 결과, 약 114만 명의 민간인들이 한국전쟁으로 희생되었는데, 4.19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후, 함양, 산청, 서귀포 등에 세워져 있던 민간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비석들을 모두 파괴해버렸다”고 비난했다.  

 

▲   양경인 ‘제주4·3사건 범국민위원회 이사   © 은동기

 

양경인 ‘제주4·3사건 범국민위원회 이사는 “전쟁기념관 측이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시관을 둘러보고 무서웠다. 우리는 이 기념관을 평화기념관으로 바꿔야 하겠다는 마음이 절실히 들었다”고 말했다.
 
양 이사는 “전쟁기념관 측이 제주4.3사건을 ‘외부요인과 북한의 지령에 의해 남한의 전투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일어난 사건’으로 기술하고 있다”면서, “제주4.3사건은 제주사람들이 너무나 외롭게 싸운 투쟁의 기록으로 미군정의 실책과 이승만 정부의 분단정권을 온 몸으로 막기 위해 ‘제주에서 싸우면 전국에서 함께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싸워 참담한 학살에 이르게 된 사건”이라고 강조하고, “한 나라의 역사가 ‘빛’으로만 저렇게 전시되어 있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없다. 제주4.3사건처럼 우리가 안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들’까지 온전하게 기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의 문아영 대표     © 은동기

 

전쟁기념관 전시의 교육적 문제점과 관련, 평화교육단체인 ‘피스모모’의 문아영 대표는 “전쟁은 사실 기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기념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기념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전쟁을 통해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전쟁으로부터 기념할 것이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찾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교육을 주제로 1년에 15,000명의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는 문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나라사랑교육’을 실행하면서 1년에 60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나라사랑 교육을 받았다고 밝히고, “‘나라사랑교육’과 전쟁기념관은 어떻게 만났을까, 적이라는 존재를 상정, 그 적을 증오하고, 언젠가는 내가 죽일 수도 있는 존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적대감에 기반한 교육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전쟁기념관은 은근한 문화적 요소와 폭력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전쟁을 정당화하고 그 전쟁의 과정에서 고통받은 사람들의 존재를 보지 못하게 하는 아주 은밀한 효과를 만드는 장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쟁기념관을 통해 국민국가의 국민들을 만들고, 그 국가를 유지시키기 위한 도구로써 시민들을 동원하는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전쟁기념관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해야 한다. 여기 모인 소수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알려지고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어날 때 언젠가는 이 공간이 사라지고 평화를 기억하고 기념할 일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지금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지는 한국사회에서 유일하게 미동도 하지 않는 영역이 ‘국방부’와 ‘전쟁기념관’”이라고 비판했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전쟁기념관이 '적대와 대결'이 아닌 '화해와 협력'을 말하는 곳으로 거둡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은동기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전쟁기념관, 민간인 학살, 피해 부분 철저히 배제

 

단체들은 “적대와 왜곡의 전시를 멈춰라” 제하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상대에 대한 적대감 고취와 우세한 힘을 통한 안보논리가 뿌리 깊게 존재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그 중 하나가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87년 민주화 운동의 열기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요구로 확장되자 노태우 군사정권은 이를 안보의 위기로 판단하고 전후세대 반공 안보관의 확립을 목적으로 용산 전쟁기념관을 건립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보기>

 

이어 건립 예산 1천 2백 46억 원의 대부분을 국방예산으로 충당했고 지금도 운영비의 대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쟁기념관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 고취, 힘에 의한 안보논리, 군에게 불리한 사실에 대한 왜곡과 배제된 전시로 가득하고,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들은 생략되고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의 공산통일과 대남적화전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규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단체들은 전쟁기념관이 국가도 인정한 역사적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은동기

 

단체들은 이미 대통령 차원에서 여러 차례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으며 국방부 스스로도 사과의 입장을 표명한 제주 4·3 사건,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 산청·함양·거창 학살사건, 노근리 학살사건 등 이미 국가 차원에서 진실이 밝혀진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수많은 민간인 학살과 피해는 전시내용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기념관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단체들은 용산 전쟁기념관을 건립할 당시부터 논란의 대상이었음을 상기시키고, 설문조사에서 군사박물관이나 전쟁역사박물관 등 다른 명칭들도 제안됐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는 결국 용산 전쟁기념관이 전시내용의 구성부터 명칭까지 당시 군부의 관점과 시각을 중심으로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며 전쟁기념관을 찾는 관람객의 대다수가 일반 시민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전쟁기념관이라는 이름은 적절치 않으며 전쟁을 기념하는 것이 아닌 인권과 평화에 대한 지향을 담는 의미의 이름으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전쟁기념관 전시를 인권과 평화지향적인 내용으로 바꾸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은동기

 

기자회견을 마친 단체들은 전쟁기념관 전시를 인권과 평화지향적인 내용으로 바꾸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건립 예산 1천 2백 46억 원의 대부분을 국방예산으로 충당했고 지금도 운영비의 대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쟁기념관.   © 은동기
▲  전쟁기념관 야외에 전시된 무기들   © 은동기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매주 화요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용산 전쟁기념관 전쟁조형물 앞에서 용산 전쟁기념관 전시내용 변화를 촉구하는 지속적인 시민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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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26 [06:31]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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